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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차별과 편견이 없는 세상이 존재할 수 있을까? - 히가시노게이고 <편지>

by :-)♥ 2020.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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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게이고의 <편지>는 살인범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동생의 학비 마련을 위해 돈을 훔치다 계획에 없던 살인강도를 저지르고 교도소에 복역중인 츠요시와 그의 하나뿐인 가족 동생 나오키. 제목의 ‘편지’는 교도소에서 츠요시가 나오키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나오키의 인생에 행복이 찾아올 때마다 그 행복은 형이 교도소에 있다는 사실에 발목을 잡히게 됩니다. 형 때문에 좋아하는 밴드를 포기하고 사랑하는 여자도 포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겨우 꾸리게 된 가정과 그의 딸도 범죄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게 되고, 결국 가정을 지키기 위해 나오키는 중대한 결정을 하게 됩니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당연히 그에 대한 죗값을 치러야 합니다. 그러나 그 범죄자의 가족 역시도 그 죗값에 대한 책임이 있을까요? 책을 읽기 전까지는 단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질문입니다. 사실 뉴스나 신문에서 범죄사건을 볼 때 그 피해자와 피해자의 가족들의 고통에 대해서만 생각이 드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이겠지요.. 범죄자의 입장을 생각해 본다는 것(문장도 어색)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편지>는 살인범 츠요시와 그 동생 나오키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을 안 할 수 없었습니다. 살인범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차별과 편견을 받으며 본인이 원하는 것들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나오키의 인생은 참담하고 안타까웠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나오키가 일하는 회사 사장 히라노를 통해 차별과 편견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가족들이 받게 될 차별 역시 ‘죗값’의 일부라는 것입니다.

“사람에게는 관계라는 게 있네. 사랑이나 우정 같은 것 말일세. 누구도 그런 걸 함부로 끊어서는 안 되지. 그래서 살인을 해서는 절대로 안 되는 걸세. 그런 의미로 보면 자살 또한 나쁜거지. 자살이란 자기 자신을 죽이는 거야.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죽기를 원한다 해도 주위 사람들까지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고는 할 수 없지. 자네 형은 말하자면, 자살을 한 셈이야. 사회적인 죽음을 선택한 거지. 하지만 그 일로 인해 남겨진 자네가 얼마나 고통스러워할 것인가는 생각하지 않았어. 자신이 벌을 받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닐세. 자네가 지금 겪고 있는 고난까지도 자네 형이 저지른 죄에 대한 형벌이란 말일세.” (p.362)

“…자신이 지금 겪고 있는 곤경은 츠요시가 저지른 죄에 대한 벌의 일부다. 범죄자는 자기 가족의 사회성까지도 죽일 각오를 해야 한다. 그걸 보여주기 위해 차별은 필요한 것이다.” (p.368)

“결국 투정이었는지도 모른다. 차별은 있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자신이 과연 그런 입장에서 노력을 해왔는지 생각했다. 나오키는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언제나 체념만 했다. 체념하며 비극의 주인공인 척했을 뿐이다.” (p. 368)

차별과 편견. 츠요시에 대한 이야기를 알게 된 사람들은 거의 나오키를 멀리하게 됩니다. 배척하고 따돌리는 것은 아니지만 가까이하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그들을 비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나 역시도 선뜻 아무런 편견없이 그를 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차별과 편견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나오키가 내린 결정에 대해 전적으로 동감하기도 내가 감히 이해할수 없다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소설속에서의 그의 인생을 보면 그런 선택을 하게 되는 것도 납득이 갔습니다.

역시 게이고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놀라운 흡입력으로 책장을 덮기 어려웠고 여운도 오래 갔습니다. 츠요시의 마지막 편지 속 “저는 편지 같은 건 써서는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이 부분에서는 눈물이 왈칵 나기도 했습니다. 나오키의 마지막 편지를 받은 츠요시의 심정이 한 문장으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했던 주제에 대한 결론은 책 속에는 없습니다. 그 질문에 대해 대답은 정해져 있지 않고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주제로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는 그 자체로도 좋았습니다. 내가 내린 하나의 결론은 죄는 짓지 말자!

“차별과 편견이 없는 세상. 그런 건 상상에 불과해. 인간이란 차별과 편견을 갖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동물이지.” (p.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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