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

연애에 대한 명쾌한 통찰 - 알랭드보통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by :-)♥ 2021. 1. 14.
반응형

대학시절 한창 독서에 빠진 시절 도서관에서 베스트셀러는 다 빌려보던 때에 읽었던 책 중 하나입니다. 이 책을 읽고 당시 남자친구와의 연애에 대입해보며 남자친구의 행동을 이해해보기도 하고(잘 되지는 않았음) 나의 이 답답한 심정을 콕 찝어서 철학적으로 풀어준 보통에게 엄청난 위로를 받기도 하였습니다.

우연한 계기로 이 책이 다시 생각이 나 읽어보았습니다. 처음 읽었을 때만큼의 신선한 충격은 아니지만 여전히 보통의 이야기는 놀랄 만큼 공감되었고 재미있었습니다. 일단 재미가 없을 수 없는 남녀의 연애스토리. 만나서 사랑하고, 다투고, 한 사람이 먼저 식기 시작해서 헤어지고, 남은 사람은 떠난 사람을 그리워하는.. 어찌보면 너무나도 전형적인 연애의 흐름이지만 이 흐름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감정변화를 보통은 여러 철학가들의 시선으로 기가 막히게 설명해줍니다. 작가의 처녀작이자 작가가 고작 25살 때 쓴 책이라고 하던데 보통은 과연 천재인가..

철학은 어렵고 또 어렵고 어려운 학문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 생각이 아주 변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책을 읽고 철학에 조금이나마 관심이 생겼습니다. 특히나 저자가 철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현실 상황을 설명해주는 부분에서 엄청난 매력을 느꼈습니다.

저는 책을 읽다가 기억해두고 싶은 문장은 포스트잇을 붙여놓고 책을 다 읽고난 다음에 한꺼번에 기록해둡니다. 보통 소설보다는 에세이가 포스트잇의 개수가 많은 편인데 소설이자 수필인 이 책에는 가히 압도적으로 많은 포스트잇이 붙여져 있습니다. 그만큼 오랫동안 기억하고 다시보고 싶은 문장들이 많았으며 특히 클로이에 대한 남자주인공의 심리를 따라가는 부분은 무릎을 탁 치게 만들 정도로 깊은 공감이 되었습니다. 인터넷의 웬만한 연애상담글보다 더 내 심정을 이해해주고 이러이러해서 이런거야 라고 명쾌하게 얘기해주니 이보다 더 속시원할 수 없었습니다. 여러모로 재미있고 흥미롭고 또 유익하였습니다. 저의 연애에서도 그리고 인생에서도.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

 

그녀는 말을 의심하는 사람이었다. “문제를 말하면 진짜로 문제가 생겨.” 그녀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문제가 언어에서 생겨날 수 있듯이, 좋은 것들이 언어에 의해서 파괴될 수 있었다. (p.107)

오늘은 이 사람을 위해서 무엇이라도 희생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몇 달 후에는 그 사람을 피하려고 일부러 길 또는 서점을 지나쳐버린다는 것은 무시무시하지 않은가. 나는 클로이에 대한 내 사랑이 그 순간의 나의 자아의 본질로 이루어진 것이라면, 그녀에 대한 내 사랑이 한시적인 것으로서 끝을 맺는다는 것은 다름 아닌 내 일부의 죽음을 의미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p.173)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은 너의 재치나 재능이나 아름다움 때문이 아니라, 아무런 조건 없이 네가 너이기 때문이다.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은 너의 눈 색깔이나 다리의 길이나 수표책의 두께 때문이 아니라 네 영혼의 깊은 곳의 너 자신 때문이다. (p.191)

왜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가 하는 질문은 왜 너는 나를 사랑하는가 하는 질문만큼이나 대책없는 [또 훨씬 덜 즐거운] 질문이다. 두 경우 모두 우리는 연애의 구조에서 우리가 의식적인 통제를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부딪히게 된다. 바꾸어 말하면 사랑은 우리가 완전히 파악할 수 없는 이유들 때문에 받을 자격도 없는 우리에게 선물로서 주어졌다는 사실에 부딪히게 된다. … 사랑을 베풀 위치에 있는 사람은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하여 오직 한 가지 대답밖에 할 수 가 없다. 네가 너이기 때문에. (p.201)

사랑의 보답을 받을 수 없게 되자 사랑을 받고 싶다는 오만이 생겨났다. 나는 내 욕망만 가지고 홀로 남았다. 무방비 상태에, 아무런 권리도 없이, 도덕률도 초월해서, 충격적일 정도로 어설픈 요구만 손에 든 모습으로. 나를 사랑해다오! 무슨 이유 때문에? 나에게는 흔히 써먹는 지질하고 빈약한 이유밖에 없었다. 내가 너를 사랑하니까…. (p.228)
반응형

댓글